마리안 아두세이

유니스트에서 미국 씨티은행의 선임분석가가 되기까지

Interviewed by 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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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 아두세이(Marian Adusei)는 유니스트 디자인 인간공학부 전공, 국제 비즈니스 분야로 부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창의 디자인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최근에는 로체스터 공과대학(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전자기기 회사에서의 제품 설계, 생산 그리고 사용 이후의 제품 처리가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to-Cradle)가 되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현재는 미국 씨티은행에서 기술 및 데이터 팀에서 선임분석가로 일하며,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기여하고 있습니다. 텍사스 시간으로 마리안의 근무시간 이후인 오후 6시(한국시간으로는 오전 8시)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마리안 아두세이(왼쪽), 전진영(오른쪽) | 줌 스크린샷

전진영 (JY) 안녕하세요. 지금 퇴근 후 시간이실텐데 이렇게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리안 아두세이 (MA) 괜찮습니다! 다행히 아직 피곤하지는 않아서요.

JY 먼저, 한국에 와서 유니스트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습니다.

MA 유니스트 디자인학과가 저를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저의 삼촌께서 유니스트 홍보물을 주셨던 것이 기억나는데요, 제품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어요. 그 전까지는 몰랐던 분야였는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바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을 홍보물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JY 와, 그럼 유니스트에 오시기 전에 이미 디자인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오신거군요! 석사 과정 중에 ‘클릭(Click)’이라는 이름의 시각 장애 아동을 위한 제품 디자인 작업을 하셨던데,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시겠어요?

MA 그 프로젝트는 시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기하학을 배울 때 마주하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문헌 및 관련 영상을 통한 기초조사, 시각 장애인 커뮤니티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저희는 학생들이 기하학을 배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들이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였습니다. 시각 장애인 학생들에게 본래 익숙한 원리를 이용해서 쉽게 움직여보고 다룰 수 있게 했어요. 뿐만 아니라 그 도구가 iPad로도 인식이 돼서 학습 과정에 대한 피드백과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그러니까 물리적인 측면과 디지털 측면의 상호작용이 모두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클릭’의 작동모습 | ‘클릭’의 시연 영상 스크린샷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여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됐습니다.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해서 디자인 과정에 아이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것은 어려웠고, 대신 기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의존해야 했어요. 추가적으로는, 단순한 재료를 가지고도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걸 배웠습니다. 저희가 사용했던 재료들이 고무, 자석, 구리, 그리고 플라스틱 본체였는데요,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작고,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대체 재료를 찾아보았을 것 같네요.

JY 배운 것들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졸업 후에 한국 화학회사에서 3년 반 동안 일하셨고 그곳에서부터 지속 가능성 관련한 일을 하기 시작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그 회사에서 일하면서 갖게 되신 건가요? 아니면 그 전부터 이미 갖고 있으셨나요?

MA 유니스트 재학했을 때부터 갖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그 이후에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된 건 일하면서부터 였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경험한 많은 일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데 영향을 주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영향을 주었던 경험은 깔창을 만드는 회사와 협업할 때였어요. 당시에 제품 테스트나 샘플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종종 방문했었던 깔창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는데, 그 때 낡은 깔창들을 보면서 우리가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사용 이후의 과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디자이너로서 사용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 만족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면서도, 제품이 버려진 이후의 처리과정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크게 고려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때가 ‘지속가능한 제품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첫 깨달음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JY 그런 계기로 미국에서 다시 석사공부를 하신거군요. 제가 인터뷰 사전조사를 해보았을 때, 로체스터공과대학(RIT)에서 연구하신 것이 전자기기의 분해과정 관련한 것이었고, 아마 그 내용으로 얼마 전 유니스트에 오셔서 저희 디자인학과 세미나에서 강연을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연구를 통해 어떤 것들을 배우셨는지 궁금합니다.

MA 연구를 하는 동안 전자기기의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거나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었을지에 대해서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게된 것이 전자기기가 분해되어 재활용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제품을 직접 분해해보는 일이었죠. 다양한 제품들을 분해해보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자기기들의 외관이 보통 미관을 우선시하여 디자인되기 때문에 나사도 보이지않고, 접착제로 부착이 되어있어서 분리가 어려웠어요. 제품에 사용된 소재들도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불연성 소재로 코팅되어있는 경우에는 그런 화학 물질을 제거하는 일도 필요할테고, 새로운 모델일수록 점점 다양한 플라스틱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나 어떤 재질인지에 대한 정보도 주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했던 연구의 연구 주제와 목적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 | 마리안의 발표자료 스크린샷

JY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재활용이 되는것을 고려해서 제품을 설계하고, 사용된 제품을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것까지 한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겠죠?

MA 쉽지 않죠, 비싸니까요. ‘비용 편익 분석'(cost benefit analysis)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는 분야도 있는데, 기업이 제품을 다시 회수해서 그 부품을 재사용하거나 재가공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재정적으로 실행가능한지 여부를 평가하는 거에요. 그런데 보통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JY 네, 그렇다면 정책을 다시 디자인 해야겠네요.

MA 새로운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와 같은 정책을 통해서 내구성이 좋은 제품에 친환경 라벨을 붙일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요. 저는 연구를 하다보니,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요즘에 나오는 제품들은 내구성이 약하기도 하고 새롭게 업데이트된 제품이 계속 출시가 되면서 사용자들로 하여금 제품을 빈번히 교체하게 합니다. 휴대폰 회사들의 보상 판매 프로그램 또한 사용자들로 하여금 매년 쓰던 휴대폰을 버리고 새 휴대폰으로 바꾸도록 장려하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하는게 환경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JY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현재 하고 있으신 일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미국 씨티은행에서 선임분석가로 일하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지속가능성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MA 현재는 아직 지속가능성 관련 부서에 있지는 않은데, 그쪽 분야에서 일하기 위한 과정에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분야여서 조금 더 ‘디자인’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방정부가 기업들에게 요청하는 사항들이 있어서 각 기업에서는 그런 규정들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이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점검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JY 그렇군요. 간접적으로지만,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시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력서에 제품 디자이너이자 연구원으로 본인소개를 하셨던데, 제품 디자이너로서 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MA 저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익숙한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벗어난다는 것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그리고 여러분이 공부하지 않았던 것,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보기도 하고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품 디자인은 아니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나 규제가 어떻게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지와 같은 지식을 쌓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나중에 제품디자인을 다시 할 때에도 규정을 준수하도록 디자인하거나 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려고 하는 등의 인사이트를 줄테니까요. 자신이 정해 놓았던 길과는 다른 영역이라도, 도전하다 보면 제품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거에요.

마리안 아두세이

JY 감사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정말 도움이 되겠지만, 저에게도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국에 오신다면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MA 저야말로 인터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에는 또 갈거에요. 한국에서는 10년정도 살았는데 20대를 모두 한국에서 보낸거여서, 저에게 2번째 고향 같은 곳이거든요.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알려드릴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JY 좋은 저녁 보내세요!